고독이 시작되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내 노력과 결정에 의해서 많은 것이 흘러갈 거라는 착각이다.
혼자가 편한 기분은 불현듯 찾아왔다. 철학과 결심 등과는 거리가 먼 감정들이 불쑥 놀러왔고 난 그들을 내쫓을 수 없는 집주인이었다. 제발 나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어도 나가지 않았겠지만. 힘이 없었다. 컨디션 난조로 인해 겹겹이 쌓이는 감정을 풀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신념에 앞서 행동했다. 술을 찾지 않았고 날 불편하게 만드는 환경으로 향했다. 결국 나아지는 것에 일조했던 것은 음악과 한강이었다. 집에 가지 않았고 친구를 부르지 않았고 낯선 이를 찾지 않았다. 홀로 서는 것이 내게 이롭다는 결심을 지킨 것은 역시나 잘한 일이었다. 규율을 지키면 궤도에서 이탈하진 않을 수 있다.

여름이 지나가면을 극장에서, 작업실에서 키즈리턴을 마저 다 보면서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무얼 하기에도 늦지 않았다. 생 앞에서 생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