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울 도쿄를 떠난다. 정감 안 가던 도시가 마음 속으로 다가오기까지. 역시 사람이 중요하다. 음, 멀고 험한 길도 가볍고 편한 길도 섞어가며 가야겠다 다짐했다.

한국에서의 스케쥴이 바쁘다. 만나자는 사람들은 많은데 만나고픈 사람은 정작 연락이 없다. 이쯤되면 순서가 바뀐 구조인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허나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난 그저 할 일을 지속해서 할 것이고 때가 되면 하나둘씩 만나겠지. 그것만큼 정당한 방법이 없다.
물질적으로 받았던 것들은 시간이 지나며 망각된다. 항상 식사를 사준 사람은 100만원어치를 기억하지만 받은 사람은 한 30-40만원 어치인 줄로 기억하능 것이다. 잘 기억하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것들은 익숙함, 더 우선 순위인 것들에 대한 집착으로 묻혀간다.
사랑의 성질은 조금 다르다. 항상 사랑을 준 이는 그 마음에 대해 미련이 없지만 잘못을 저질렀거나 받는 쪽에 있으면 시간이 지나며 증폭되는 것이다. 뒤늦게 깨달은 것들은 줄곧 더욱 미화되고 녹아내려 기억의 빈자리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마음이 그렇게 무겁고 아름다운 것이다.
시간에 대한 통찰이 있는 이들은 줄곧 그때그때 솔직한 표현을 하려고 한다. 이때 솔직함이란 것은 직설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미련을 덜 할 언행을 선택하고 상대와의 관계를 고려해 이로운 표편을 하려고 한다. 사려깊은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더욱 잘 설계된 화살촉을 상대에게 꽂을 수 있다. 뽑으면 출혈이 심할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은 뽑기가 어려워 상대는 줄곧 화살을 맞은 채로 살아가게 된다.